독서

독서 - 컬쳐 쇼크를 읽고

aoaa 2022. 8. 26. 19:42

 

 8월의 책은 '총, 균, 쇠'로 유명한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와 여러 석학들이 모여쓴 쓴 '컬처 쇼크'입니다. 제목 그대로 쇼킹한(?)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사회의 붕괴'를 테마로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 섬'을 예시로 들기 시작합니다. 

 

 이스터 섬 사람들(폴리네시아 인)은 원래 숲으로 뒤덮여 있던 섬에 정착했고 섬의 숲에는 큰 야자나무들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숲에서 나무를 베어내 카누를 만들고 땔감으로 사용하고, 석상을 운반하고 세우는 데도 사용했는데, 결국 숲 전체를 베어내 모든 수종을 절멸시키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로 인해 식인 풍습이 전염병처럼 번져 주민의 90%가 죽음을 맞았고, 결국 이스터 섬의 사회는 붕괴하고 말았습니다.

 저자가 이 사례에서 주목했던 건 "어떻게 한 사회가 전적으로 의존해 살아가던 생존 수단인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내는 파멸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는가?' 입니다. 

 제레미 다이아몬드는 여기서 흔히 말하는 이른바 '집단 지성'의 한계를 논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한 사회에서 집단 지성은 언제나 올바른 쪽에 가까운 결정을 내린다고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평균을 짐작케하면 가장 많은 대답의 평균치가 실제 평균값하고 맞아떨어진다는 사례입니다. 그래서 자주 사람들은 하나 보다는 둘, 둘 보다는 셋이 생각하는데 더 맞다는 말을 합니다. 

 이스터 섬 사례에서 보듯 집단 전체가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당장 이스터 섬의 사례까지 가지않아도 발생한지 100년도 안된 세계 제2차 대전을 일으켰던 히틀러의 나치는 독일 민중의 지지를 받아 정권을 잡았습니다. 이 역시도 집단의 선택이 꼭 올바르지 않음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이 집단주의적 결정에 대한 불신은 고대 그리스 때부터 있었다. 플라톤도 아리스토텔레스도 다수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민주정을 쉽게 중우정치(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이 이끄는 정치)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죠.

 다시 현대로와서 책에서는 넘쳐 흐르는 정보화 시대에서 문화가 집단적으로 창출되고 소비되고 있는 시대가 가져온 '컬쳐 쇼크'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파트는 '디지털 마오이즘'에 대한 것입니다. 현대 사회를 가장 잘 나타내고있는 현상으로, 직접 의미를 생산하는 쪽보다는 구글같은 포털과 같이 오히려 정보를 통합하는 자들이 더욱 높은 수익을 얻고, '위키 피디아'나 '아메리칸 아이돌'의 투표와 같이 집단주의적으로 이뤄지지만 옳고 그름을 판별한 수단이나 존재는 전무하여 다만 그 과정만이 전부인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디지털 사회로 깊숙이 들어서 이전과는 여러 면에서 분명 달라진 지금의 현실을 저자는 디지털 마오이즘으로 부릅니다.

 지금의 사회는 알고보면 저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서 보듯이 파시즘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사실 비단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보수화경향이 생기고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포스트 모더니즘이 결국은 보수와 파시즘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는 당시 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지금 유럽이나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까지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보면 그들의 예언이 그리 틀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컬쳐 쇼크'의 지식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바로 스마트폰을 비롯하여 디지털 환경이 더욱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사유라는 걸 하지 않게된 것이죠. 책에 실린 저자 중 한 명은 지금 사람들은 자신의 뇌를 머리가 아니라 외부의 하드웨어에 담아놓고 다닌다라고도 했습니다. 들뢰즈라는 철학자는 생전에 앞으로 사유 없는 무뇌아들의 사회가 될 것이라 경고한 바도 있었고요.

 

 이제 생각해야 할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 되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알고, 알 수 있으며, 판단할 수 있는가? 예전에 칸트가 제기했던 인간학적 물음을 우리는 다시 해야 할 시기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거기서 주어는 칸트와 달리 인간이 아닌 바로 '나'로, 닥쳐오는 집단화의 파도 앞에서 그렇게 계속 스스로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를 건져내 줄 유일한 탈출선이 된 것이죠. 더더욱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결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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