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독서 - 쇳밥일지를 읽고

aoaa 2022. 10. 24. 23:55

 이번에 우아한 테크코스 백엔드 5기에 지원하였는데 이번 주 수요일부터 프리코스가 시작됩니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네요.

10월의 책은 천현우 작가님의 쓴 '쇳밥일지'라는 책입니다. 저자의 학창시절을 시작으로 용접을 업으로 삼게되고 거기에 성찰이 더해진 연대기로 진행됩니다. 

 

 저자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마산의 공고를 졸업하고 전문대학에서 실습을 갔다가 20살에 산재를 당하고, 이후 여러 공장들을 전전하다 용접공으로 살아가지만 어릴적부터 소설가를 꿈꾸며 일기를 열심히 씁니다.

저자가 마주한 세상은 '몰락한 산업 도시의 번잡스러움을 고스란히 전시해둔 장소', 회색 미래로 묘사하는데 저자가 살아온 세상은 썩 밝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삶에서 퍼 올린 글 속에서 그는 실패하고 절망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부여잡고 아둥바둥하며 살아온 날들을 열정적으로 털어냅니다. 

부끄러울 수 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격려받고 싶은 마움도 내비치고, 존경하고 배우고 싶은 사람들, 무엇보다 그런 사람들에 둘러싸인 자신을 연민이나 허세없이 최대한 솔직하게 이야기하려 노력합니다.

 폭력, 학대, 가난, 파산, 병고, 사기, 절망, 노동, 실패, 노력, 희망 등 굴곡있는 삶을 묘사하는 것이 다소 무거워 질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이를 덤덤하게 건조한 태도로 상황을 서술하면서도 슬며시 웃음을 글 한구석에 던져 가라앉지 않도록 상기시키는 점에서 작가의 필력이 돋보입니다.

 

"내가 니 칼럼은 정부 챙겨 보거든. 근데 그 왜, 우리 판떼기에서만 쓰는 말들이 있잖냐? 그 상스러운 걸 칼럼에다 그대로 다 실을 순 없잖어. 그렇다고 먹물들 말로 쓰면 맛이 안 살고. 그 중간 언어를 찾아야 하는데 니가 그걸 잘하더란 말이지. 노조 아재들이 이게 안 돼. 맨날 머리띠 매고 메가폰 잡고 소리만 치잖아. 간절한 건 이해하겠는데 촌스러워. 그림이 너무 구리잖아. 우리가 그리 욕해도 결국 가진 놈들은 먹물이잖냐? 그 먹물들이 원하는 양식미란 게 또 따로 있을 거 아니냐. 우리 얘기를 먹물들 언어도 번역해야 해. 좀 아니꼬워도 세상은 그렇게 바꾸는 거지. 넌 그게 되더라. 그래서 니가 중요한 거야. 쇳밥 얘기를 먹물들 알아먹게 쓸 수 있으니까." - 쇳물과 먹물

 

 용접공뿐 아니라 우리 주위에 많은 현장 노동자들이 존재하지만, 신문이나 방송, 소셜미디어 어디를 봐도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는 힘듭니다.

서울의 학벌 좋은 전문 직종인들(먹물)이 말과 글을 독차지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확대재생산해 내고 있어, 노동자들의 구질구질한 이야기가 끼어들 틈이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처참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왜 우리에게 들려오지 않을까, 더 안락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내는 곡소리는 우리에게 쉽게 들려오지만, 진짜 도움과 관심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왜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도 평택의 SPC의 청년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말이죠.

언론의 확대 생산과 대중의 관심 이것들도 가진 자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는 사실의 씁쓸함을 곱씹으며, 조금 더 나은 세상이 오기를 기원하게 됩니다..

 

 

 

 

 

 

 

작가의 인터뷰 : https://www.peoplepower21.org/magazine/1913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