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독서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aoaa 2022. 11. 27. 23:32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책 제목만 본다면 인생에서 다정하게 행동하면 살아남기 편하다는 자기개발서같지만, 책을 까고 보면 과학적 실험과 이성적인 근거에 기반을 둔 유전생물학책입니다. 신체적으로 더 좋은 스펙을 가진 네안데르탈인보다 호모 사피엔스가 끝까지 생존한 이유나 같은 조상에서 갈려져나온 개와 늑대 중 개는 어떻게 개체 수를 늘려나갔고, 어째서 늑대는 멸종위기종인지 이를 근거를 들며 설명합니다. 이러한 생물학에 관련된 이슈를 이야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죠. 바로 '찰스 다윈'.

 다윈에 의해 처음으로 제시된 '자연선택' 즉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성질을 가진 종들이 그 성질을 후대로 전달하여 널리 퍼지게된다는 원리에서 '강한 것'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다정함'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책이 시작됩니다.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인 '마음이론'으로 인간은 협력하면서 의사소통을 합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친근한 개에게도 이러한 의사소통에 특화된 인지능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저자는 이 인지능력 진화를 유발한 것은 개와 사람이 가깝게 지내면서 가축화되는 과정에서 유발된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가집니다. 이 과정에서 가축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번식시키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실제로 가축화 가능성이 있는 147여종의 포유류 중 오직 14종만이 가축화되었고, 그 중 5종 만이 사람과 더 가까운 가축화된 동물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친화력 높은 개체들은 생리적으로나 외형적으로 변화가 생기는데, 이 때 이러한 변화가 생존의 선택조건이 아님에도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친화력을 기준으로 삼고 실험한 여우 실험에서 친화력이 높은 여우에게는 가축화 과정이 일어나면서 협력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며 번식을 더 많이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 말하고 싶은건 가축화가 진행되는 종은 지구에서 생존할 확률이 높아지고, 이는 다정함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의문점은 가축화 과정에서 사람이라는 변수를 제거하면 자연선택을 통해서 자기가축화가 가능해질까요? 이를 위해 가축화되지 않은 침팬지와 보노보에 대한 실험을 하게 되는데, 침팬지에 비해 친화력이 좋은 보노보는 암컷들이 서로 보호하며 수컷의 공격을 차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공격성 낮은 수컷과 짝짓기 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수컷들이 암컷에게 친화적이어야만 생존 확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이제 동물이 아닌 사람의 자기가축화에 주목해보겠습니다. 사례 중 첫 번째는 감정반응이 낮고 관용이 높을수록 자연선택에 유리해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시멜로 실험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4~6세의 어린 아이에게 마시멜로를 주고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으면 2개를 준다고 말한 뒤 방을 나갑니다. 이 때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았던 아이들은 이후 성인이 되어서 과체중 비율이 낮고 소득은 높고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낮았습니다. 즉, 자제력이 높을 수록 뇌의 크기와 뇌의 신경세포 밀도가 높아지면서 마음이론이 형성되고 사회연결망의 급속한 확장으로 친화력이 향상되는 것이죠.

 두 번째는 외형, 생리, 인지변화가 다른 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축화징후와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두개골의 크기 변화와 공막 변화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동물들의 공막이 모두 검정색인데 비해 오직 인간만이 하얀 공막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얀 공막은 사람들의 눈을 마주치며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이 되었고, 눈맞춤 빈도가 증가하면서 협력적 의사소통이 촉진되었다는 것입니다.

 

 친화력 상승이 자기가축화 징후를 촉발하는 것은 이제 이해가 되었으니 이게 언제 발달이 되는지로 넘어갑니다. 협력적 의사소통이 필요한 능력은 이른 시기에 발달되고 늦게까지 계속 성장, 발전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의 얼굴은 조금 더 어리게 보여지고 스트레스를 더 적게 받도록 만드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친밀함이 가득한 인간의 이면에는 어두운 곳도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사람만이 가진 '친절함'은 특정 타인에게만 적용되고 집단 정체성을 토대로 발현되는 특성입니다. 우리는 외부로부터 위협을 느끼면 그 집단 자체를 비인간화, 마치 동물처럼 취급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저들이 먼저 우리를 동물 취급했어요." 놀랍게도 인간의 친절함과 잔인함은 모두 동일한 뇌 부위에서 일어나는 작용입니다. 왜 사람들은 편견과 선입견으로 외집단을 동물에 비유할까요? 어딘가에서 편견을 표출하는 집단이 생기면 반대편에 있는 집단과의 악순환이 계속 벌어지게 되는데, 이는 내집단에 대한 친화력이 상승하고 마음에 위안을 얻게됩니다.

 

 저자는 인간이 외집단을 폄하하는 잔인성(인종갈등, 종교갈등 과 같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은 '접촉'이라고 주장합니다. 사람간의 강력한 접촉은 진심 어리 우정을 만들어 내고 이는 넓은 관용을 불러 일으킵니다. 우리 도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협력하고 생각을 교류할 때 가장 큰 번영을 이룰 수 있게 됩니다.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에 여우 실험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계속 맺을수록 다른 종을 만났을 때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처럼 집단간의 접촉이든 개인간의 접촉이든 기회를 계속 늘리는 환경이 갖춰져야 합니다. 이는 친화력으로 모든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우리 종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능력인 '협력'을 촉진시킬 수 있는 장이 열린다면 지금보다 더 이상적인 사회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간은 예측 불가한 동물, 단순 유전학적으로 그 행동의 원인을 알기 힘든 이유를 밝힌 (이전에 읽었던) 총균쇠, 스케일,이기적 유전자, 사피엔스과 같은 서적에서 인간이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하는 책을 봐도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하고, 성에차지 않는 저와 같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라는 말을 곱씹으며 글을 마무리합니다.